알바얼굴 뜯어먹고 살꺼냐. 엄마말 잘 듣고 살아라. /영화 어웨이크[Awake]

가제트 2008.03.24 18:27


고 퀄리티의 드라마들이 티비를 통해 마구 뿌려지고 있는 현재.
티켓에 대한 예의. 스크린에 대한 자의식. 그 범위를 어디까지 잡아야 할까.
베스트극장, 드라마시티, 서프라이즈 같은 단막극 수준의 드라마가 양산되고 있는 스크린은 그 의무에 대해 고민을 좀더 해봐야 할것이다.
극장의 스크린만이 가질수 있는 특징.
빅사이즈, 고어, 노출, 스타 그리고... 또 어떤 요소들이 있을까.
분명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새로운 활력소를 찾지 못하면 글쎄.... 오르는 티켓값에 대한 궁색한 변명은 늘 달고 살게 될게다.



일단 거대하지 않다.
조금맣고 허술한 수술실, 허접한 의사들.
엄청난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것도 아니고, 초자연적인 힘의 대결을 볼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알바의 노출은 밋밋한 수준에서 맛보기로 끝나고.
수술대에 드러난 심장은 .... 뉴하트도 어느만큼의 퀄리티는 보여줬는데, 큰 감흥은 못 준다.
등장인물 모두 합쳐도 두손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짜임새있고 영리한 각본임에는 분명하다.
각성전후를 기점으로 모든 영화의 선악 클리셰를 뒤엎는 캐릭터설정.
뒷통수를 치게 만든다.
조금 친절하게 이를테면, 금융재벌가, 남편 사별한 미망인, 하나뿐인 외동아들 이란 키워드만으로도 상류계급의 자의식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을 엄마.
슬하 외동의 순수한 사랑을 가문의 이름으로 갈라놓으려 한다.
또한 아들과 호형호제하는 절친한 주치의보다 스펙이 훨씬 좋은 닥터를 섭외하여 억지 궁합을 맞추려 한다.
이정도로 몰아가는 초반 캐릭터설정이라면,
여느 관객이라면 누구나 '순수와 가문 혹은 이상과 현실' 의 대결임은 전제로 받아들이고 출발할게다.
헐리웃이 교과서에다 새겨놓은 뻔하디 뻔한 캐릭터 클리셰들 아닌가.

자.. 당 영화는 스릴러를 표방했다. 또한 정체불명의 음모를 예고했다.
그렇다면, 이 전제 위에 어떤 변종이나 발전을 보여줄까 하는 것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의 전부였다.

'푼크툼'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와야 제맛이다.
우리 마마보이 주인공의 각성이전과 이후, 캐릭터의 모든것은 바뀐다.
감독[혹은 각본]은 영리하게도 처음부터 모든것을 틀어 놓았다.
사실 지나치게 틀어놓은 부분이 주치의의 나레이션이다.
영화는 밖으로 확장되어 캐릭터통념을 틀어버림으로써 재미를 준다.

각본은 영리했지만 감독은 그에 못미쳤달까.
캐릭터에 관한한 흥미로운 아이디어였지만 연출의 묵직함이 아쉽다.




하지만, 영혼의 방황에 대한 연출은 볼만하다.
생명이 꺼져감을 주위 전구를 하나씩 꺼가듯, 빛과 어둠으로 표현한 부분은 재밌는 아이디어.
이윽고 깜깜한 적막에 다다라 엄마가 밝히는 한줄기 성냥불은 이 영화의 백미.
참으로 잘 설정된 공간과 소품이다.

우리의 찌질한 주인공 크리스텐슨을 보고 있자면 이놈은 점점 자신의 캐릭터를 확고하게 잡아가고 있다.
저 먼 안드로메다 행성 홀어머니밑에서 자라 아부지같은 스승 배반할때도 참 귀가 얇두만.
그때 자신을 메치는 강한 남자에 대한 트라우마가 강했던 탓인지, 출연작마다 아부지랑 대척관계에 서있다.
'점퍼'에선 팔라딘 2인자 엄마 비호아래 근 십년을 호의호식하더니, '어웨이크'에선 전반, 후반 나눠 알바의 품에 앵길땐 언제고 제 한몸 불사지른 레나올린의 살신성인에 또 한번 생명연장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에 이른다.
강렬한 모성 보호 본능을 무기로 인생 공짜로 낼롬 먹어대는 거여.
그간 일관된 작품속 캐릭터들로 오디푸스 컴플렉스이자 모성 보호본능의 New 아이콘은 이렇게 탄생한거다.

그만큼 연기엔 힘이 없다. 그렇다고 강렬한 찌질함도 없다.
레오나르도가 대비된다.
고만하던 시절, 디카프리오 역시 참신한 마스크로 얼굴뜯어 먹고 사는 역할들을 맡았지만 미간 잔뜩 찌푸린 주름마냥 뭔가 강렬함을 항상 보여줬다.
라이언 필립이 겹친다고 할까.
소위 WASP 백인 상류 귀티스런 개기름을 대변하는 곱상한 외모.
하지만 에너지없는 울림.
요즘 라이언 필립은 뭐하며 살고 있지?



알바의 푸딩같은 살결을 기대한 관객들에겐 아쉽다. 초반 몇장면이 전부다. 그거 보려고 몇천원 쓰기엔 ...
차라리 레나올린의 중후한 멋스러움이 훨씬 돋보인다.
영화는 "인생이란 알바의 얼굴 뜯어먹고 살꺼 아니다. 엄마말씀 잘 듣고 살거라" 좋은 교훈[?]을 남긴다.

고요하게 시작되서 시종일관 조용한 배경음악처럼 영화는 그렇게 살짝 부풀어 오르다가 스믈하게 꺼진다.
한마디로 단편드라마 극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Posted by SCE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