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팡은 뭘까? 비쥬얼습작이란 이런것. 명세옹 신작 'M' 리뷰

가제트 2007.10.29 21:11
이번은 영화얘기도 얘기지만 영화관 얘기를 빼놓을수 없겠다.

집안잔치 치루고난터라 피곤한몸, 더군다나 주말작업..
하지만 새로생긴 CGV 첫방문에다가 잘나가는 참치군에 대한 흥행기대치로 아이맥스[i-Max] 상영이라는데,
욕심이 생겼다.
심야라면 운좋을경우, 누워서 개인감상룸을 만들수 있지 않던가.

아쉽게도 한끗차로 나 말고도 2명 더 심야동지들이 선점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커플..... 그렇다면 내가 불청객? 흐흐흐
구석탱이 합체해 또아리 튼 그네들 못본체하고 정중앙 떡하니 자리잡았다.

수학여행 서울로 가던시절.
63빌딩안에는 한눈에 크기 가늠 못한다던 전설의 스크린이 국가 과시 선전상품이었다.
거기서 우뢰매타고 에스퍼맨 날아댕기는 상상만으로 꼭 한번 보고잡던 동네꼬마들 설레던 시절.

정작 눈앞에 펼쳐진 아이맥스 스크린은 시야각 고려해 살짝 오목형 은막.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200석 남짓 ... 70mm 필름 틀어주던 옛 개봉관 크기만도 못했다.
그렇다 아이맥스 첨이다. 그래서 설렜었다. 하지만 실망크다.

선전 끝나고 본편으로 들어가자 예상대로 꽉찬 화면 나온다.
불안하다.
이리저리 재가며 자리선정에 심혈기울였는데, 오목화면은 역시나 왜곡이 심하고, 화질은 극악.
비상구불빛이 은막에 역광으로 반사까지...
이뭐병...



'형사' 아직 못봤다.
비쥬얼 하나를 놓고 극과극을 달리던데 ... 정작 나를 끌었던 평가는 '극단의 비쥬얼' 이라는 말.

이미지는 공허할 뿐이다.
어떤 제품을 선택하건 심미적 디자인은 생명이 길지 않다... 는게 평소 소비지론이니 내 성향을 대략 알만할게다.
그나마 꼽아보자면 '영웅'이 가장 나의 심미를 자극했던 케이스인데, 강렬한 색채가 끌렸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견옹과 이옹의 초반부 결투씬에서 발산된 액션의 수혜가 크다.

그렇단 얘기다.
비쥬얼 기대치는 의식안했지만 높혀놓은 상태니 어떻게 날 구슬려 볼래... 하는 마음정도?
그리곤 별거없다. 한번 목표한 영화는 애써 스포일러 몽조리 외면하고 마음비워둔다.

앞서 말했지만 심신이 꽤나 피곤한 상태였다. 전형적 올빼미지만 몇일 아침공기맡다 보니 심야는 위험하다.
그냥 롤러코스터 영화라면 적당한 관람과 기분좋은 수면으로 이어질 수 있었겠지만..
대부분 초반 5분 자신의 색깔을 드러낸다.
아차 싶었다. 이거 좌뇌도 써야되는 영화구나.

늦었다. 중반... 턱괸 손에 묵직한 하중이 압박되고 있단걸 어스름히 느낄수 있었다.
온통 뒤죽박죽 의식흐름을 아주 본능적으로 쫓아가는 반네러티브 흐름과 정확히 싱크로되었다.
나도 내가 보고 있는건지.. 꿈에 영화가 나타난 건지... 내가 영화속에 들어간건지..
두어번 그랬다.
사운드가 살려줬다. 내가 존다.. 싶으면 튀어주니. 정신이 들었다.
이대로 졸면 안된다.. 영화에 대한 예의가..... 기사도 정신도 발휘해 보고 모자란 산소 보충하려 최대한 코로 공기를 들이마셔야 했다.

영화막 내리고 뒤돌아 서며 꼭 한마디 잊지 않았다.
이 C.8~! CGV 이걸 i-Max 영화라고 선전해대고 돈받아 먹는단 말여....
넓직한 컴터 모니터가 훨씬 감상에 적합하다.





  /// 여기서부터 살짝 영화 스포일러가 될수 있어요. 주의 요망.


내내 가장 궁금한것은 왜 루팡일까? 'M' 이랑 아무 상관도 없는데.
사실 더 궁금했던건 루팡이 왜 Lupin?    아.. 얘가 프랑스애였구나..
좌뇌가 발동한 부분이 딱 이부분이다.
왜? ...?? 루팡?

나머지는 그냥 자신을 맡기면 된다.
네러티브는 전혀 신경쓸게 없다. 무슨 복선들 퍼즐맞추듯이 ... 필요없다.
의식. 보이는 그대로 따라가면 된다.
아주 눈으로 감상하기 좋은 영화. 그리고 귀로 듣기 발칙한 영화.

이미지로 얘기한다.
초반 이미지를 이어나가는 탁월함은 엄청난 흡입으로 다가온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숏과 컷.. 이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즐거움이다. 오~~ 이런 영활 기다렸어.

물론, 내내 그렇다. ^^ 짧은 호흡들의 집합은 분명 스테미너에 문제가 오지.. 역시나 중반이후 슬럼프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도 충실히 반응했지. 졸았다니깐.

내게 이야기를 만들어 보라 노트 한권을 준다면?
자신의 스타일대로 만들어 가겠지.
주인공들 창조해내고, 이름짓고. 배경만들고, 스토리보드 그리고, 콩티짜고...각본쓰고
도구는 뭘까? 대부분 텍스트로 기술하지 않을까?
리얼함을 좋아하는 디테일러라면 대사 아래위 빽빽히 지문달고...

그런데 이명세는 독특하다. 아주.
모든 습작을 이미지로 해버린듯 하다.
농담, 대사, 이야기 모두 이미지로 말한다.
아... 이래서 비쥬얼리스트라고 그랬구나.
전작을 못봤다. 형사.
호불호의 갈림길이 여기에 있었구나.

엄청 흥미가 더해갔다.
이야기를 이미지로 말하는 작가라... 재밌는걸.

흔히 일본 TV애니.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에서 볼수 있는듯한 슬라이이드로 넘어가는 이미지들의 연속도 재밌고.
린타로 감독 트레이드마크인 하모니기법[?]과 유사한 스틸컷으로 민우와 미미의 재회장면을 표현하는 부분도 신선했다.
미미식 표현대로 담배연기 내뿜듯 시원하게 속에 있는 말을 꺼내는 묘사도 멋진 표현.
무엇보다 가장 압권은 몽환의 경계에서 만났다 헤어져야 되는 미미가 잠자는 민우를 흔들어 깨우는 절박한 베드씬[?]. 가히 최고의 비쥬얼이었다.
친절히 쌓아온 네러티브가 하나도 없기에 관객은 분명 어디서 클라이막스를 느껴야 할지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악몽[?]의 경계에서 미미가 떠나야만 하는 그 시점, 민우를 절절한 심정으로 흔들어 깨우려던 장면은 화면 자체가 주인공이었다.
이미지만으로 감정의 분출을 고스란히 앵겨주었다.



우리의 안타까운 공효진.
자의는 아니겠지? 항상 주인공옆 내연의 세컨드 클리셰. 이젠 독보적인 경지다.
대략 시놉만 들어도 저 역할은 공효진이라 생각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너무 불쌍하다.
코끝 실리콘 한방 쏴야 할까... 인물로 주인공 서열을 나눠야 하는 상업영화계의 비애가 이리 한 여배우팬을 슬프게 만들줄이야.

이명세는 거짓말쟁이다.
도데체 어디가 관객을 배려한 도구지?
흥행을 생각지 않는다는 감독은 달려가 목을 조르고 싶대매?
어찌 이다지도 흥행을 생각지 않는 감독이 있으랴.
하기사 참치군과 SM엔터를 끌이들인거 보면 나름대로 흥행계산을 하긴 했나부다.
헌데 어쩌나... 아직 대중성과 괴리가 천리만리니...
다른것 보다도 전통 네러티브 영화가 아니라는 본질이.
같은 영화 3번만 더 만들고 매니아들 3번만 더 생기면... 상업흥행으로 먹히겠지.



이미지스토리 영화로서만 본다면 아쉬운점은 중반부다.
물론 7할이상은 극장의 조악한 화면에 있다.
미스테리, 어둠의 이미지를 쓰며 의식경계에만 집중하다보니... 숨이 턱턱막힌다.
저 자식 신경쇠약에 내가 왜 따라 들어가야 돼. 라며 저항감이 장난아니다.
반면 스토리텔링기반에 진행되는 친구 결혼식방문과 이어지는 밝은 회상씬은 같은 구조를 이용해도 상당히 재밌다.
문제는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단걸 꾸준히 보여줬어야 했다. 계속 인물의 머리속만 파들어 갈게 아니고.

어두운 이미지의 조합과 주인공 의식세계의 묘사는 궁합이 안좋다. 특히나 상업영화를 표방한다면...
막걸리와 두부의 조합이라고나 할까.
정작 교과서에 나오는 도구의 조합이라고 생각하지만 같이 먹으면 술독만 더 오르는..

쟝르의 선택도 좀 아쉽다. 아니 아쉽기 보다는 바램인데.
명세옹은 유머장르가 제일 어울리는 거 같다.
M 의 경우도 반복되는 일식집 클리셰는 참 세련된 유머의 집합이었다.
초기작, 나의사랑이나 첫사랑 더욱 거슬러 개그맨을 생각해 봐도 유머쪽이 이런 비쥬얼리스트에겐 더 궁합맞지 않을까?

내게 가장 유머가 빛났던 부분은 마지막 민우의 해탈[?]장면이다.
미미와의 이별로 막혔던 시나리오가 일순간 해소되는 일련의 장면들.
신세대 작가답게 고도의 몰입으로 노트북자판 부셔질듯 타이핑해대고, 모니터는 수많은 텍스트들을 쏟아낸다.
광적인 작가의 천재성을 표현한 씬으로 무난하지만... 내눈엔 악플러의 전형으로 보였다.
온통 모니터에 "난 어제밤 미미가 한일을 알고 있다" 며 썩소에 번개타이핑으로 두들겨 대는 모습은 영락없는 악플러. ㅎㅎㅎ
더군다나 영화내내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는 참치군 'M' 자 머리하며...
이건 뭐.. 완전 오덕후의 전형이다.. 내 모습일까. 헉..^_^

트루먼쇼를 명세옹이 연출한다면... 재밌지 않을까.



참치군은 글쎄... 비쥬얼만으로도 가치를 매겨주는 사회이니 뭐... 딱 제값한다 싶고.
어차피 당 영화 배우들이 주인공 아니다 화면이 주인공이다.
이연희는 씁쓸한게 많다.
아이돌 뮤직비디오라면 이해될만한 표정과 발성인데...

먼저 본인 SM엔터란 단체를 무지 혐오하기때문에... 스페셜땡큐에도 이수만회장님 이라고 나오던데..
이젠 회장된건가.
하긴 쌍두마차가 다 나오더라.. SM 이랑 싸이더스HQ.
이사람때문에 한국 연예산업은 발목잡힐것이라 예상하는 요주의 인물 1호.
자본과 문화, 산업 그리고 인간을 황당하게 한밥그릇에 담아놓고 버무리려는 작자라 말 다했다.
이 작자에겐 모든게 상품이고 시장이니.
한때 본인이 가수였단게 신기하다. 문화생산자였던 사람이 철저하게 판매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니.
제발 그냥 납세의 의무나 충실히 수행하시길...

옆길로 한참 나갔다..
이연희의 이미지는 전형적인 일본영화 또는 애니, 혹은 만화의 이미지였다.
의도한건지 '4월 이야기 마츠다카코' 의 이미지를 너무 차용한것 아닌가싶을 정도.

임원희의 과장되면서도 자연스런 발성과 연기는 짧은 순간이지만 확실히 각인된다.
개인적으로 한동안 왜 나오지 않았을까.. 궁금한 배우.
진지와 코믹 양극단을 소화할 수 있는 몇안되는 배운데.

LUPIN.
루팡이 과연 뭐였을까?
민우를 따라다니던 미미. 그러나 미미를 쫓던 지팡이 남자.
... 아직 떠돌고 있던 혼령과 꿈에서만 소통할 수 있었던 민우.
늘상 다니던 거리. 현재를 헤집어 결국 찾아들어간 곳은 저승과 이승의 경계쯤되는 명부.
저승사자와 망각을 조건으로 마지막 혼령 미미와 만나게 되는... 몇일 혹은 하루? 아니 몇시간의 추적?

저승길 문턱에서 자신의 실체에 대한 자각에서 충격과 민우를 놓치못하는 미련이 교차하던 그지점.
앞서 최고의 비쥬얼로 꼽았던 베드씬이자 클라이막스.

엉뚱하지만 몇주전 봤던 '행복'과 닮았다.
소재와 삶에 대한 치유과정이.
'있을때 잘해' 라는 현재 내품의 그녀에 대한 소중함.
이와 비슷하게도 과거의 미련에 매달리지 말고 현재 그녀에 대해 충실하라는 소중함.
한번쯤 흔히 겪는 연애사 과거 한자락씩 가진 이들이라면 공감갈만한...


당 영화.
생각지도 못한 비쥬얼에 대한 가치를 확장시켜 준 작품.
줘야 할 별이 있다면 다 퍼주고 싶다.
명세옹. 제발 계속 스타일 유지하면서 영화를 찍어내셨으면...


내 페르소나요~!
안타깝게도 가죽만으로 주장하시기엔 괴리가 큽니다요.
명세옹이 생각하시는 상업영화랑 괴리가 이렇지 않을까욥.
Posted by 디지로그 DGLog